식물성 콜라겐 펩타이드 'VC-H1'을 상용화한 로가가 AI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 '바이오파운드라(BioFoundra)'를 구축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로가는 2025년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고, 같은 해 프랑스 시알 파리(SIAL Paris)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원료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26년 5월에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하경수 로가 공동대표는 청주 제1공장과 세종 제2공장을 운영하며 라오스 유기농 농장에서 히비스커스를 직접 재배해 원료 단계부터 공급망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그는 “좋은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바이오 소재도 같습니다. 산업의 효율성만 따지면 직접 농사를 짓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원물과 공급망을 직접 관리해야 기술과 품질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게 제 안에 남아 있는 농사꾼의 기질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2017년 라오스 농장에서 시작된 원료 개발
로가는 2017년 라오스 유기농 농장에서 히비스커스 재배를 시작했다. 2019년에는 이 히비스커스에서 식물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후 2년간 연구를 거쳐 2021년 제조 기술과 원물에 관한 특허를 확보했다. 하 대표는 원물이 가진 가치에 비해 생산자가 얻는 부가가치가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커머스 플랫폼 SK플래닛, 11번가, 쿠팡에서 일한 경험과 두 차례의 대학가 창업 실패를 거쳐 농업으로 돌아왔다. 그는 “애플리케이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여러 사업을 거치고 나니 제가 가장 오래 봤고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분야가 농업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어요. 농업이 가진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부터 파머스라운지, 한국시계병원 등을 함께 만든 장부식, 윤사중과의 협업도 이 시기부터 이어져 왔다.
2022년 시알 파리 그랑프리, 국내 기업 최초 수상
2022년 로가는 프랑스 시알 파리(SIAL Paris)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원료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히비스커스 부산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콜라겐 펩타이드 VC-H1이 시장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다. 하 대표는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그게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히비스커스에서 확인한 기술을 다른 천연물에 적용하고, 각 소재에서 더 신뢰도 높은 유효 성분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의 로가입니다.”라고 말했다.

2025년 매출 300억원 돌파, 샌프란시스코 데모데이 참가
로가는 2025년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데모데이에 참가해 로가의 기술과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하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시장 수요를 먼저 분석하고 이에 맞는 천연물 소재를 개발하는 로가의 접근 방식을 알렸다.
그는 “지금까지는 연구실에서 좋은 소재를 만든 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를 찾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시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먼저 확인하고 그 수요에 맞는 천연물 소재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소재 개발의 출발점을 기술이 아니라 고객에게 두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26년 5월 시리즈B 155억원 유치… 바이오파운드라 본격화
로가는 2026년 5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자금은 AI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 바이오파운드라 구축과 세종 제2공장 건설에 투입되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라는 시장 수요를 먼저 분석한 뒤 AI로 적합한 천연물과 펩타이드 후보를 탐색하고, 가상 환경에서 분자구조와 효능을 검토한 다음 실험, 생산, 인체적용시험, 글로벌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하 대표는 이 플랫폼을 자체 연구소가 없는 작은 브랜드에도 열어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아무리 작은 브랜드도 자신만의 콘셉트와 원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R&D는 대기업의 전유물에 가까웠어요. 자체 연구소가 없는 브랜드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원료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실을 제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기술과 생산 능력, 신뢰를 쌓는 단계로 B2B 고객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기술과 생산 능력, 신뢰를 더 쌓아야 하므로 B2B 고객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자체 R&D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계획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농업 3세대의 원료 철학과 장기 로드맵
하 대표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농사의 불확실성을 사업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말한 농사의 공식이 있습니다. 한 번 잘되면 다음에는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사는 날씨와 자연이 결정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다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덜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주 제1공장에 이어 세종 제2공장이 건설 중이며, 라오스 농장에서 시작된 원료 재배부터 특허 확보, 글로벌 수상, 대규모 투자 유치까지 이어진 궤적이 로가의 성장 단계를 보여준다.
로가는 궁극적으로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 대표는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회사가 좋다고 주장하는 제품보다 본인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라오스 농장에서의 재배로 시작해 특허와 국제 수상, 매출 확대, 대규모 투자로 이어진 로가의 행보는 원료 단계부터 기술과 생산을 아우르는 국내 바이오 소재 스타트업의 성장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