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테크 스타트업 워터베이션이 필터 대신 물로 공기를 정화하는 기술을 앞세워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약 54만 달러(약 7억 원)를 모았다. 정윤영 워터베이션 대표는 이 기술을 적용한 공기정화기 큐(CUE) 에어워셔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검증했고, 오는 9월 국내에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필터 없는 공기정화, WVG는 어떻게 작동하나
워터베이션이 개발한 WVG(Water Volume Grid)는 물을 미세하게 분사해 공기 중 오염물질을 포집한 뒤, 오염된 물을 버리고 새 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공기청정기가 필터에 먼지를 계속 쌓아두다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구조였다면, WVG는 오염물을 물과 함께 배출해 필터 교체와 폐기물 문제 자체를 없앤다는 개념이다.
정윤영 대표는 “공기가 좋지 않은 환경일수록 필터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지를 계속 필터 안에 쌓아두기보다 비가 공기를 씻어내듯 물로 관리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습니다”라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기술 구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물과 공기가 충분히 만나도록 하는 구조 설계였다. 정 대표는 “기술의 핵심은 작은 힘으로도 물을 안정적으로 미세 분사하는 것입니다. 물과 공기가 충분히 만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WVG는 수백 번의 시제품 제작과 국내 제조 노하우를 거쳐 완성됐다.
워터베이션은 이 기술이 헤파(HEPA) 필터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 대표는 “헤파필터가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 있습니다. 워터베이션은 기존 기술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물을 활용한 또 하나의 공기 관리 방식을 제안하는 것입니다”라며 두 기술이 시장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검증한 소비자 반응
워터베이션은 국내 출시에 앞서 미국 킥스타터를 통해 해외 소비자를 먼저 만났다. 인지도가 낮은 한국 스타트업 제품을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할지, 필터 없이 물로 공기를 씻는 새로운 개념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는 사업 초기부터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정 대표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까지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인지도 없는 한국 스타트업 제품을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선뜻 구매할지, 필터 대신 물로 공기를 씻는 새로운 개념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내부적으로도 긴장감이 컸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큐 에어워셔는 킥스타터에서 약 54만 달러(약 7억 원)의 펀딩을 달성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워터베이션은 가정용 제품뿐 아니라 공장·제조시설 등 산업 현장에서의 수요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가정용에서 산업용·공조(HVAC)·반도체 집진 등으로 확장하는 방향을 잡았다.

9월 국내 출시, ESG 데이터화까지 계획
워터베이션은 오는 9월 국내 시장에 큐 에어워셔를 정식 출시한다. 이와 함께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해 제품 공급 체계를 갖추고, 필터 교체로 인한 폐기물을 얼마나 줄였는지 환경적 효과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정윤영 대표는 “얼마나 많은 필터를 줄였고, 그 결과 어떤 환경적 효과를 만들었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단순히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공공기관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기를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필터 방식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아온 공기정화 시장에서, 워터베이션의 물 기반 기술이 가정용을 넘어 산업 현장까지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