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올해 상반기에만 2만2000대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00% 성장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연말까지 출하량이 5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급성장의 중심에는 세계 출하량 1위 기업인 중국 애지봇(AGIBOT)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화인로보틱스가 공식 파트너로 이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화인로보틱스 김묵현 대표는 지난 2026년 9월 1일 학생 조립형 교육용 휴머노이드 ‘X2 EDU’를 국내 출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애지봇 공장을 직접 방문해 데이터 수집 구조를 파악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교육 현장용 제품과 모션캡처 스튜디오 구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시장, 아직은 절반이 엔터·데이터용
올해 상반기 출하량 용도별 비중을 보면 엔터테인먼트·데이터 생산용이 60% 이상을 차지했고, 지능형 제조는 13%, 창고·물류는 5%에 그쳤다.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 도입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 가운데 애지봇은 상반기 약 9700대를 출하해 점유율 43%로 1위를 지켰다.

정부, 2030년까지 국산화율 80% 목표로 대규모 투자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2조3000억원, 피지컬 AI 실증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 시작 예산은 6000억원 규모다.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현재 45% 수준에서 2030년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이며, 국산 휴머노이드 공공구매는 내년 250대에서 2030년 1080대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약 2만명의 AI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김묵현 대표는 국산화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품 조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로봇을 다룰 인력과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확보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화인로보틱스가 교육용 조립형 휴머노이드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지봇의 경쟁력, 4000㎡ 데이터 수집 공간에서 나온다
애지봇은 2023년 2월 상하이에서 창업한 기업으로, 상하이 AI 랩·상하이혁신연구원과 공동으로 AgiBot World Colosseo라는 대규모 데이터 수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4000㎡ 이상의 공간에 동일 사양 로봇 100대를 배치해 217개 작업, 106개 장면에서 100만1552건의 궤적, 총 2976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중국증권보 보도에 따르면 이 시설은 2024년 9월부터 가동됐다. 21세기경제보도는 실물 로봇 데이터가 시간당 500~1000위안에 거래된다고 전했다.

애지봇은 지난 4월 17일 상하이에서 파트너 컨퍼런스를 열고 ‘배포 원년’을 선언하며 표준화 7대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솔루션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안타(Anta) 매장에서는 방문객이 20% 늘었고, 광저우 지하철은 운영비를 13% 절감했으며,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은 청소비용을 18% 줄였다. 지난 6월에는 롱치어테크놀로지(Longcheer Technology) 난창 공장에서 6일간 실증을 공개해 64시간 넘게 연속 가동하며 6만4828건의 작업을 처리, 태블릿 1만7625대를 생산해 99.99%의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묵현 대표는 이런 데이터 수집 구조가 국내에서 그대로 재현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를 짚었다. 그는 “실제로 현장에서 데이터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공정의 한 라인에서 사람을 빼고 로봇을 넣어야 하는데 보통의 기업에서는 로스가 생기는 것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이미 확보된 범용 데이터를 활용하고, 국내에서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조립형 교육 로봇으로 인력 양성부터
김묵현 대표는 2009년 화인스텍을 세워 광학계와 머신비전 솔루션을 다뤄 온 인물이다. 애지봇 판매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국내 주요 대기업 다수에 로봇을 공급했으며, 올해 매출은 60억~7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출시한 X2 EDU는 자유도 29개, 키 130㎝, 무게 35㎏에 최대 보행속도 1.8m/s를 지원하며 RK3588 컨트롤러를 탑재했다. 가격은 경쟁사 유사 사양 대비 20~30% 저렴하고, 두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이틀에 걸쳐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X2 EDU는 부품 구조 이해부터 Sim-to-Real 연구까지 이어지는 7단계 학습 로드맵을 갖췄고, 화인로보틱스는 오는 10월 로봇 핸드 관련 CS팀 추가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모션캡처 전문기업 칭무(CHINGMU)의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이와 별개로 자체 연구실에도 전신 모션캡처 시스템과 손동작 수집용 글로브 솔루션을 갖춘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김묵현 대표는 앞선 기술을 먼저 들여와 경험을 쌓는 것이 국산화의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나간 기술을 먼저 사서 써봐야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직접 만드는 단계에 갔을 때도 그 경험이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로봇 기업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시장을 함께 키워갈 동반자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국산화율·공공구매 목표가 2030년을 향해 단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실제 로봇을 다루고 데이터를 축적할 인력 기반이 함께 갖춰지느냐가 업계의 다음 관문으로 떠올랐다. 화인로보틱스의 교육용 조립 로봇 출시는 그 기반을 만드는 시도 중 하나로 평가된다.